울릉도, 바다 위에 떠 있는 환상의 섬

2009.8.10-11

 뱃머리도 흥이 나서 트위스트. 배는 울릉도로 향한다.


아침 네 시 휴대폰이 단잠을 깨운다. 오늘은 울릉도 가는 날.
세수하고 물 한 잔 마시고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선다.
그런데 무언가 허전하다. 

“뭐지”

택시를 탄다.
“아저씨 합정역이요”

택시는 합정역으로 간다. 택시를 내려 일행을 기다린다. 짐이나 정리해 볼까?

“아차 카메라 배터리를 놓고 왔다.”

어젯밤에 예비 배터리를 충전하려고 충전기에 꽂아 놓고 아침에 그냥 온 것이다.
아 이 일을 어쩌나? 큰일이다.
현재 카메라에 있는 배터리. 지금까지 약 100 장 정도 찍었으니 앞으로 약 300장 정도 남았다.
그러면 하루에 100장으로 버텨야 한다. 사진도 맘대로 못 찍는다. 최대한 절약 모드로.
사진을 맘대로 찍을 수 없는 것도 고문이다.
승용차가 온다. 같이 갈 일행 모두 도착.

이제 묵호항으로 출발이다.
이른 아침이라 강변북로에 차들이 별로 없다. 서울의 도로가 항상 이렇게 여유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서울 날씨가 참 깨끗하다. 어제부터 서울 공기가 참 좋아졌다. 바람이 많이 분 탓인가?
차의 흐름도 좋고 서울 공기도 좋고 길을 떠나는 우리 상쾌하다.
저 멀리 산들이 또렷하다. 항상 희뿌연 서울이 오늘은 맑다.

해가 뜬다. 햇볕이 63빌딩을 비춘다. 아침 햇볕을 받은 63빌딩은 금빛으로 물든다.
아름다운 서울의 모습 항상 이러하면 얼마나 좋을까?
강변북로에서 천호대교를 건너 토끼굴을 지나 88 올림픽도로로 접어든다.
언제부터인가 길 아래로 뚫어놓은 길을 토끼굴이라고 하였다.
토끼가 지나가나?

중부고속도로를 달려 영동고속도로로.
이제 차는 동쪽으로 달린다.
맑은 날씨. 햇볕이 쨍하며 우리가 탄 승용차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휴게소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묵호항으로. 

앞에 태백산맥이 보이고 동쪽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다.
일기예보에는 오늘은 비가 안 오고 내일 하고 모레는 비 소식이 있다고.
비 오면 큰일인데.

오늘은 배는 뜬다니 일단 울릉도까지는 가겠지.
강릉을 거쳐 묵호항으로 고속도로를 달린다. 

먼저 와 있는 친구한테 전화로 연락. 같이 갈 친구 한 팀은 어제 미리 와 하룻밤을 묵었다.
바다가 보이는 민박집, 운치 있다.
동해와 항구가 보인다. 우리가 배를 타고 갈 항구다.
아직은 날씨가 그런대로 괜찮다. 계획대로 10시에 묵호항 출발한다. 

예매했던 표를 사고 나니 안내 방송이 나온다.
우리는 배를 타고 울릉도로 향한다. 출발. 
울릉도 트위스트 노래가 머릿속을 맴돈다.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 연락선을 타고 가는 울릉도라
뱃머리도 신이 나서 트위스트 아름다운 울릉도
붉게 피어나는 동백 꽃잎처럼 아가씨들 예쁘고
둘이 먹다가 하나 죽어도 모르는 호박엿
울렁울렁 울렁대는 처녀 가슴 오징어가 풍년이면 시집가요
육지손님 어서 와요. 트위스트 나를 데려가세요


드디어 울릉도다. 절벽 위에 향나무가 우릴 반긴다.


너울이 좀 있다. 그래도 배가 심하게 흔들리지는 않는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인지, 좀 피곤하다. 의자에 앉아 머리를 기대니 잠이 스르르 온다.
한 잠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시커먼 바다가 화가 많이 났다.
창밖으로 비가 온다. 비가 배의 차창을 두드린다.
비가 오면 안 되는데. 오늘은 배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돌 예정인데 비가 오면 쉽지 않을 듯하다.
울릉도에 도착하면 또 날씨가 어떻게 바뀔지.
창 밖에 섬이 보인다. 드디어 울릉도다.
울릉도 도동항이다. 이곳으로 내린다.
상당히 좁은 곳이라 관광객들이 무척 많아 보인다.
피켓을 들고 손님을 기다리는 숙소 주인들, 단체 관람객들이 모여있는 풍경.
배에서 내린다. 다행히 비가 거의 그쳤다.
예약했던 숙소를 찾아 짐을 풀고 주인아줌마한테 여행에 관하여 물어본다.
자유 여행으로 왔기에 우리가 다 알아서 해야 한다.
울릉도를 버스로 한 바퀴 도는 것으로 A 코스, B 코스, 그리고 8시간이 걸리는 우등코스.
주인아줌마가 열심히 설명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등을 선택했다.
점심을 먹으러 간다. 주인아줌마가 식당을 안내한다.
물가가 비싸다. 울릉도에서 유명하다는 홍합밥이 1인분이 12,000원
우리나라에서 물가가 가장 비싸다고 한다.
포항에서 오던 배는 바람 때문에 돌아갔다고 한다. 내일부터가 문제다.
일기예보도 화, 수요일 비가 온다고 했으니 짐을 풀어놓고 해안 관광 유람선을 타러 간다.



바다에서 보는 울릉도 구름으로 더 신비롭다.


구름이 끼어 섬의 전체 모습을 다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섬의 모습이 아주 멋있다.
구름이 끼어 더 신비스럽다.
약 2시간에 걸쳐 배로 섬을 한 바퀴 돈다.
화산섬이라 해안이 거의 절벽이다.
역시 신비의 섬 울릉도답다. 날씨가 흐려 섬의 7부 능선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다.
섬과 바다와 구름의 신비로운 조화.
코끼리 바위다. 공암으로 불린다고 한다.

울릉도 3대 비경 중의 하나, 삼선암을 지나간다.
울릉도 3대 비경이 속하는 삼선암. 울릉도 하면 사진에서 많이 보아온 익숙한 풍경.
직접 보니 더 아름답다.




옛날에 세 선녀가 내려와 놀다가 하늘나라에 올라갈 시간이 다 되었는데 막내 선녀가 언니들을 꼬여 못 올라가게 했다. 옥황상제가 아를 괘씸하게 생각하여 세 선녀를 바위로 만들어 버렸다는 전설이 있는 바위다.
그중에서도 막내 선녀를 가장 괘씸하게 여겨 막내 선녀 바위는 두 선녀에서 떨어트려 놓고 풀 한 포기도 나지 않게 했다고 한다.

왼편에 보이는 바위가 막내 선녀다.
오른편에 바위가 두 개가 있는데 각도가 정면이라 하나로 보인다.
섬 일주를 하고 나서 시간이 조금 남는다.
저동항 쪽으로 길이 보인다. 저기나 가보자.
해안 절벽에 걷기 좋게 만들어 놓았다.
다리도 예쁘고 폭포도 있고 저동항 촛대 바위가 보인다.
촛물이 흘러내린 형상이라고.
저동항에서 생선 회를 반찬으로 저녁을 먹고 택시를 타고 우리의 숙소가 있는 도동항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지금까지 강행군
아 피곤하다.
내일은 날씨가 어떨까? 내일은 육상 관광을 하기로 되어 있다.



봉래 폭포 시원하다.


8월 11일
한밤중 이상한 소리에 잠을 깬다.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그것도 크게.
아침에 알아보니 고양이 소리라고 한다.
참 듣기 좋지 않은 기묘한 소리로다.
그래서 밤잠을 설치고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아침 일찍 일어난다.

아침 6시 아침 뉴스를 본다.
서울에는 모라꽃 태풍 영향으로 비가 무척 많이와 잠수교가 잠겼다고 뉴스에 나온다.
올해는 유난히도 비가 많이 온다. 여름도 시원하고.
내일 배가 정상적으로 떠야 하는데 안 뜨면 큰일이다.
아침에 라면을 끓여 밥을 말아 먹고 짐을 안내실에 맡기고 숙소를 나선다.
오늘 잘 방은 다른 방이라 갔다 와서 방을 옮겨야 한다.

어제 예약했던 우등관광코스
아침 8시에 출발한다.
육상관광 버스에 오른다.
기사분이 여성분이다. 여행사에 여성 기사분이 혼자였었는데 최근에 한 명이 더 늘어 이제는 2명이라고 한다.
현재 울릉도 인구는 2009년 8월 현재 약 10,000명이다. 한 때는 3만 명까지도 있었다고 한다.
그 당시에는 오징어 어선이 많이 오징어잡이에 사람이 많이 필요하여 인구가 많았는데
현재는 자동화도 많이 되고 오징어도 예전같이 잡히지 않아
노동력이 그리 필요하지 않게되어 인구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첫 번째 코스가 봉래폭포
저동으로 해서 산길을 올라간다.
비가 온 탓인지 물이 풍부하다. 하루 3,000톤의 물이 떨어진다고 한다.
울릉도에서 이 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높이가 300m 3단으로 이루어진 폭포. 떨어지는 물줄기가 시원하다.
내려오다 너와집도 보고.
시원하기는 하겠지만, 너무 어둡다.
방안에서 일상생활을 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 그냥 잠만 잔다면 몰라도.



우리나라 10대 비경 중에 하나를 보다.


이어 내수전 일출전망대.
운무가 가득하다. 비가 오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다.

전망대 입구 .
올라가 봤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것 같다.
입구에서 파는 호박 막걸리 한 잔 사 먹고 다시 버스를 타고 전망대를 내려간다.
섬 남쪽으로 오니 그래도 날씨가 좋다. 어제 못 보았던 송곳봉도 보이고.
섬의 남쪽 도로를 따라간다.
울릉도에는 신호등이 두 개가 있다고 한다. 그 신호등에 대기한다.
신호등이 사거리 신호등이 아니고 좁은 터널을 통과하는 신호등이다.
터널이 좁아 한 대밖에 못 다니기 때문에 통과하는 신호등을 만들어 한 대만 통과하게 만든 신호등이다.

어제 배 타고 보았던 그 삼선암
육지에서 보니 그 모습이 또 다르다.삼선암을 지나 모노레일을 타러 간다.
모노레일이 급경사를 올라간다.
앞에 앉은 초등학교 여자아이가 좋다고 소리를 지른다. 

가파른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 전망대로 향한다.
앞에 가던 일행이 뒤돌아오며 볼 것 없는데 괜히 왔다고 투덜댄다.
길도 막혀있고 등대는 오래되었고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가 봐야지. 

길이 진흙 길에 비까지 내린 탓에 상당히 미끄럽다.
왼편에 나무 산책로가 있는데 아직 공사 중이라 막아 놓았다.
바로 위에 등대가 보인다. 울릉도 등대.
등대로 들어가니 화살표가 보인다. 일단 가보자.
등대 뒤로 해서 좀 걸어가니 공사 중인 전망대가 보인다.

아 여기에서 보는 경치가 아름답다.
지도를 꺼내 보니 이곳이 한국의 10대 비경에 속하는 곳이라고 쓰여있다.
안 보고 그냥 지나쳤으면 얼마나 아까웠을까?



마음껏 경치를 즐기고 다시 모노레일 있는 곳으로 내려간다.
같이 올라왔던 여행객들이 모노레일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 좋은 경치는 구경하였나?다시 모노레일을 타고 하강한다.
우리를 태우고 온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점심을 먹으러 나리 분지로 간다.
나리분지 가는 버스 길이 화산 지역이라 길이 무척 험하다.
폭도 좁고 가파르고 운전하기 참 힘들겠다.
굽은 길에서 가까스로 회전한다. 차 앞이 벽에 닿을 것만 같이.
꾸불꾸불 돌아간다.
어제 온 여독이 아직 안 풀렸는지, 아까 마신 막걸리 탓인지 잠이 온다. 앞자리에 앉아 꾸벅꾸벅 존다.

홍살문이 보인다.
아 이 문은 능에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조상신을 영접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문인데
나리 분지에 그런 지역이 있나?
여기에 천부동 공동묘지가 있었다고 한다.
이규원 일기에는 홍문가로 되어 있다고 한다.
홍살문을 지나 나리분지로
이곳 나리 분지는 섬말나리가 많이 나리분지라고 하였다고 한다.


내일 태풍 영향으로 배가 안 뜬다고


점심과 더불어 삼나물과 더덕 무침을 시키고
먹다 남은 나물은 저녁에 먹으려고 싸서 버스를 탄다.
점심을 먹고 이제 도동항으로 돌아간다.
올 때 탔던 차를 타고 다시 오던 길을 거슬러 간다.
울릉도 전체 중에서 석포에서 저동까지가 아직 찻길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차로 여행하려면 이곳까지 왔다가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한다.
물론 사람이 다니는 길은 있고.
다음에 혹시 오게 되면 걸어서 한 바퀴 돌아야지
그 시간이 올지는 몰라도.
50Km가 넘는 길 재미있을 것 같다.
다시 돌아 오던길을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 위험하다.
겨울에 눈이라도 오면 아마 차 다니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다.
눈이 와 쌓여 길이 조금이라도 어는 날에는 사고 나기 쉬울 것 같다.
운전을 익숙한 듯이 조심 조심하며 내려간다.
나리분지를 내려와 다시 왔던 길로 돌아간다.
삼선암이다. 잠시 내려 사진을 찍고, 이제 모든 일정이 끝났다.
안내기사가 트로트 성인가요를 튼다.
뽕작뽕작
차라리 울릉도 트위스트라도 한 곡 틀지 울릉도 하면 울릉도 트위스트인데.
여기 와서 울릉도 트위스트 음악을 한 번도 못 들었다. 주민들이야 별 재미가 없겠지.
그래도 이곳을 대표하는 유행한 유일한 노래인데.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우리의 숙소 베이스캠프인 도동항
오후 3시 반, 숙소를 옮기고 시간이 남는다.
여객터미널에 알아보니 내일 배가 출항을 안한다고 한다.
묵호에서 배가 들어와야 하는데 태풍으로 파도가 심해 배가 안들어 온다고 한다.
일정은 자동으로 모레로 연기된다.
내일은 성인봉을 올라가기로 했고 그럼 모레는 다시 일정을 수정해야 한다.
오늘은 저녁 시간도 남고 하니 여기서 가까운 독도 기념관이나 올라가 보자.

독도 기념관. 
독도는 우리 땅. 독도 사진들 그리고 독도 관련 고문서들.
우리의 힘의 부족인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
자기 나라 국토도 제대로 못 지키고.
나라 안에서만 우리나라 땅 우리나라 땅 하고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나 외교적으로 해결해야지.
오늘 저녁은 직접 지어서 먹는다.
부부팀이 와 음식준비에 큰 무리가 없다.
내일은 배가 출항을 못 하니 느긋하게 많이 자고 일어나도 된다.
내일 서울 가서 하루 쉬고, 모레 아침가리 가기로 되어 있는데 배가 안 뜬다니.
모레 다행히 배가 뜨면 글피 아침가리에 갈 수 있는데 일정이 빠듯하다.
그런데 중부 지방에 비가 많이 왔다고 하던데 아침가리 트레킹에 지장은 없을까?
물을 건너가야 한다고 하던데... 물이 많이 불어나면 건너가지 못할 텐데. 걱정이 앞선다.
그렇지만 아직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배가 뜨느냐 안 뜨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일단 배가 뜨는 것을 보고 결정하자.




지독한 운무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


8월 11일
어제는 푹 잤다. 오늘은 성인봉 등반 하는 날

09:00
아침을 먹고 주먹밥을 싸고 숙소를 나선다.
하늘은 잔뜩 흐려있다. 비가 오락가락한다.

대원사 갈림길 도착. 성인봉으로 오른다.
운무로 길이 잘 안 보인다.
배낭에서 우의를 꺼내 입는다. 비가 조금 오다 그친다. 다시 벗어 배낭에 걸치고.
엄청난 경사다.
그도 그럴 것이 거의 해발 0 에서부터 시작하여 해발 984m까지 올라야 한다.
엄청난 높이를 올라야 한다. 그래도 날씨가 흐리고 간간히 비가 뿌려 힘이 덜 든다.

10:50
구름다리다. 다리가 흔들린다.
아래로 무척 깊을 것 같은데 운무로 잘 안 보인다. 깊은 운무.
다리에 있는 문이 아름답다. 저 문을 지나면 무엇이 나올까? 

어차피 인생은 앞을 알지 못하며 나아가고 있는 것.
운무 속의 등산길은 인생과도 같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그러나 앞길을 누가 알겠는가. 

오늘 배가 뜨지 않는다는 것은 누가 알았을까?
아마 알았으면 오지 않을 사람들이 많았을 것 같다.
우리도 모르고 왔으니.

울릉도 올 때는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와야 한다.
최소한 하루의 여유는 있어야 편하게 즐길 수가 있다.
내일 중요한 약속이라도 있으면 큰일이라 제대로 여행도 못 하고 걱정만 하겠지.

저 앞이 보이지 않는 운무 속을 뚫고 나아가야 한다. 비록 운무 속에서 아무것도 보지 못할지라도.
저 문을 통과하면 천국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천국으로 가는 문?
구름다리를 건너 몽환적인 문을 통과하여 산길을 오른다.
성인봉가는 길에 산과 운무와 그리고 나 이렇게 산에 오른다. 

비가 온다. 판초 우의를 입는다.
이내 비가 그친다. 우의를 입어서 덥다. 다시 판초 우의를 벗는다.
계곡에서 바람이 분다. 시원하다.
다른 계곡에서 부는 바람 소리는 꼭 겨울바람 소리같다.

쉼터 앞으로 성인봉까지 2.6 Km, 잠시 땀을 식히고 다시 산을 오른다.
갈림길이 나온다. KBS 가는 갈림길이 보인다. 이 길로 내려가면 KBS가 나온다.
그런데 이정표에 앞으로 2.9Km 

아니 이것이 어찌 된 일이지?
아까는 2.6Km 이었고 한 참을 올라왔는데 높이가 줄어들다니. 이정표 좀 다시 정리 했으면. 

전망대 아무것도 안 보인다.
그냥 전망대. 나무로 만들어져 있으나 빗물에 젖어 있다.
다시 등산길을 따라 운무와 같이 산을 오른다. 드디어 성인봉이 아래다.
쉼터가 있고 탁자도 있다. 쉼터에서 빨리 성인봉을 올라갔다 내려와 아침에 싸온 주먹밥을 먹자.

성인봉 정상. 
온통 운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본다.
구름이 지나간다. 흘러가는 구름을 따라가고 싶다.




소중한 물건 내려놓고 가시옵소서. 


등산객이 우리 말고 또 한 명이 보인다.
혼자 온 듯. 사진을 부탁하고 좀 머물고 다시 내려간다.
맛있는 주먹밥을 먹는다.

이제 하산이다. 오던 길로 다시 하산한다.
운무는 계속이다.
앞에 일행은 가고 뒤에 남아 운무를 즐기며 내려간다.

비가 멎었다. 우의를 벗어 우의 집에 넣고 배낭에 넣으려다 땅에 떨어진다.
구른다. 서겠지. 안 선다. 계속 내려간다.
빨리 잡아야지. 배낭을 벗어 놓고 내려간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 얼마나 내려갔는지 알 수가 없다.
우의를 잃어버렸다.모든 것을 다 갖고 갈 수는 없지.
사람이 살다 보면 놓고 가는 것도 있다.

아쉽고 아깝지만 그래도 나의 곁을 떠난 소중한 물건을 놓고 갈 때가 있다.
그냥 보내 주자. 아니 찾을 수가 없다.

이 여름이 끝나고 겨울이 와 나무들이 옷을 벗으면 보일 테고
아마도 그때까지 무사히 있으면 누군가 가져가겠지. 

나는 나의 우의를 성인봉에 놓고 길을 재촉한다.
전망대에서 잠시 쉬고 다시 하산. 이번에는 KBS 방향으로.
KBS 방향으로 내려간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려온다.

마을을 지나 숙소에 도착.
등산에 흘린 땀을 씻고 옷 갈아입고 휴식을 취한다.
밖에는 비가 많이 온다.우리가 산에 올라 갔다 올 때는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리지는 않았는데
내려와 숙소에 들어오니 비가 온다. 성인봉의 신에게 감사하고 휴식을 취한다.
안주로 전을 부쳐 막걸리와 같이 먹고. 아 이 모든 것들이 행복하다.


날씨가 화창하다. 오늘 배가 뜬다고 한다. 


8월 13일 아침

날씨가 갠다. 친구가 푸른 하늘을 사진으로 찍었다고 좋아한다.
오늘은 배가 뜬다. 아침에 터미널에 가서 표를 끊어 온다.

어제 손님은 오늘 가고 오늘 손님은 내일 가야 한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 날씨도 좋고 배도 뜨고, 이제 서울에 갈 수 있다.
울릉도 울릉신이 우리를 하루 더 울릉도에 잡아 놓았다가 이제 풀어 주신다.
그래서 하루를 덤으로 받았다. 원래 3일을 예정했었는데 하루를 덤으로 받아 4일이 되었다.

인생도 이렇게 덤이 있으면 얼마 좋을까?
나중에 인생을 다 살고 죽으려고 할 때 하느님이
“그동안 열심히 살았으니 며칠 더 있다 오너라” 하면 얼마나 좋을까?

어제까지 성인봉 등반이 끝나고 오늘은 넉넉하다.
그러면 오늘은 무엇을 할까? 저동까지 다시 가보자.
가능하면 첫날 운무로 못 올라갔던 내수 전망대도 올라가고, 첫날 회를 먹었던 그곳으로.

이번에는 산길을 따라간다. 산을 하나 넘어간다.
산 위에 등대가 있는 데 그곳으로. 산길을 따라 오른다.
울릉도는 화산지역이라 쉬운 길이 거의 없다. 무척 가파르다. 

가파른 숲 속에 난 길을 따라 올라간다.
갑자기 눈앞이 시원하다. 아래 바닷가가 다 보인다. 도동항도 보이고.
아주 전망 좋은 곳. 잠시 머무르며 사진도 찍고.

배가 뜨니 내일 아침가리 계곡 트레킹은 강행한다. 좀 일정이 바쁘다.
일단 내일 이침가리 계곡 트레킹 강행은 문자로 날리고.
비가 많이 왔어도 한 번 가보는 거야.
비가 와 물이 많은 계곡은 또 다른 재미가 있겠지.


이런 넉넉한 시간이 좋다.


이런 넉넉한 시간들이 좋다.
각박한 서울 생활에서 잠시 서울의 바쁜 짐을 내려놓고 즐기는 여유.
여행이란 이런 맛이 있어야 한다.

바쁘지 않은 느림의 여행.
어차피 여행의 시간은 가는 것, 그 여행을 느리게 가게 하는 것은 느리게 여행하는 것이다.
하나를 더 보고 덜 보고의 문제가 아니다.
더 보면 어떻고 덜 보면 어떠리 그냥 우리에게 주어진 여행 그 자체를 즐기면 된다. 

다시 내려간다. 등대 길은 못 찾고 첫날에 갔던 그 길 울릉도의 아름다운 길이 나온다.
처음과 끝은 일치한다. 여행의 처음과 끝이 일치한다.
산책로를 걸어 시작되었던 우리의 여행의 산책로를 걸으면 끝이 난다.
숙어로 누군가 “시종일관”, “유종의 미”
뜻이 맞지는 않지만 그래도 마냥 즐겁다.
하루가 더 있다는 것이 이렇게 여유롭게 즐거운 건지.
한참을 즐겁게 사진도 찍고 즐기며 가다 보니 저동항.

친구가 방파제로 올라간다. 우리 모두 방파제로 올라간다.
거의 끝까지 가니 배가 지나가야 하므로 방파제가 끊겨있다.
다시 오던 길을 돌아 저동항으로. 오징어 어선들이 많이 보인다.
간간이 동남아 일꾼들이 보인다. 이곳까지 동남아에서 온 사람들이 있다.

친구 부부는 김치를 사러 가고 우리는 횟집에 잡혀 온 바닷고기를 본다.
오징어, 쥐치 등 역시 바닷가라 싱싱한 횟감이 있다.
친구 부부가 김치가 없다며 오이 김치를 사 오고, 다시 길을 간다.

위로는 전망대 직진은 몽돌해수욕장.
전망대 바다는 많이 보아온 터라 그냥 해수욕장으로 가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해수욕장으로 간다. 여기는 화산섬이라 모래 해수욕장이 없다. 몽돌해수욕장이다.

임시건물 밑에 그늘이 있다. 그늘 밑에 자리를 펴고 숙소에서 싸온 점심을 먹는다.
아 맛있다.

한 여름, 술도 한 잔씩 하고 마지막 날의 여유를 즐긴다.
친구들은 물속으로 풍덩 바다의 재미를 즐긴다.우리 말고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는 해수욕장의 한적함.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튜브를 빌려주는 할아버지 할머니 부부, 무료하게 앉아 계신다.
오늘은 장사가 잘 안되는 듯. 우리 말고 아무도 이 해수욕장에 없으니.



동해로 해가 넘어간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
한참을 놀다 다시 우리의 배를 탈 도동항으로.
이제 여행이 서서히 끝나간다.

오던 길을 거슬러 간다.
해안은 거의 절벽이고 비가 와 간간이 절벽에서 물이 떨어져 폭포를 형성하기도 하고.
동해의 맑은 물, 높은 절벽, 그리고 폭포 등이 어우러진 섬 그리고 맑은 날씨.
이 모든 것이 우리를 위하여 있는 듯.
참 아름다운 섬이다.


3일 동안 있는 동안 잔뜩 찌푸렸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으며 우리를 보내 준다.

굽이북이 절벽을 돌아 도동항에 도착.
울릉도의 명물 명이나물을 한 통 사고, 숙소의 짐을 빼고 우리가 타고 갈 배를 기다린다.

그동안 아껴 쓴 탓에 카메라 건전지가 조금 남아서 아직 빨간 불이 안 들어 온다.
건전지를 남기고 가면 건전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잠시 이번에는 도동항의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언제 어디서 보아도 해안은 멋있다.
해안 나지막한 전망대에 올라 항구의 모습을 찍으니 건전지에 빨간 불이 들어온다.

이제 여기서 정지.
빨간 불이 들어와도 몇 장은 더 찍을 수 있으니 일단 아껴 두자. 마지막 사진을 위하여.

배를 타려고 기다리는 승객들이 술렁거린다 배가 들어온다. 배 이름이 한겨레 호다.
아 우리는 씨플라워 호인데. 우리 배는 언제 오나.
안내소에 물어보니 다음에 바로 들어온다고 한다.
조금 기다리니 배가 한 척 더 들어온다. 한겨레 뒤에 정박하고 사람들이 내린다.
한겨레보다 더 최근에 만들어진 배다.

승선 방송이 나온다.
드디어 승선. 우리는 묵호로 간다.
배가 움직인다. 우리가 탄 배가 묵호를 향해 출항한다. 

울릉도 구름에 가린 신비로운 모습이 우리를 배웅한다.


자리에 앉아 눈을 감으니 잠이 온다. 그동안 피곤했었나?
잠을 청하려고 하고 있는데 친구가 잠을 깨운다.

“창밖을 봐”
해가 동해로 넘어가고 있다.
서해로 넘어가는 해가 아닌 동해로 넘어가는 해.  
동해에서 보는 석양, 구름과 어울려 아름답다.

배가 해를 향해 가고 있어 사진을 찍기가 쉽지 않다. 친구 자리에서 가까스로 몇 컷 건진다.
작품이다.
해는 동해로 넘어가고,다시 자리로 돌아와 잠을 청한다.
출렁출렁 밤배는 잘도 간다.
잠시 후에 묵호항에 도착한다고 안내 방송이 나온다.
묵호항이다.

밤 9시. 세 시간 걸렸다. 이제 서울로 가는 것만 남았다.
올 때 타고 왔던 승용차를 타고 그동안 즐거웠던 여행을 되새기며 고속도로를 달린다.
중간 휴게소에 들려 라면에 울릉도에서 싸온 밥을 말아 먹고 또 고속도로를 달린다.
한 시가 넘어 집에 도착. 씻고 잠을 청한다. 

이렇게 2박 3일에서 3박 4일로 늘어난 울릉도 여행이 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