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오늘도 마른 수건을 쥐어짜고 있나요?

서로의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사회

대학을 갓 졸업하고 시퍼런 객기로 세상을 맨몸으로 부딪히길 꺼리지 않았던 나에게 직장 상사는 이런 말을 자주 하곤 했다. 

“마른 수건도 짜면 물이 나온다.” 

마치 기름을 짜듯, 쥐어짜고 쥐어짜야 가진 게 없는 자는 도시에서 그나마 살아갈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는 덧붙여 말했다. 

“네 수건도 짜야 하지만, 남들 수건도 쥐어짜야 해.” 

꼭꼭 눌러서 비뚤어지게 쥐어짜야 한다. 그 쥐어짜는 내 손마저 비틀어질 때까지… 그렇게 우리는 생산성의 향상이라는 목적 하에 인간성을 잃어간다.

우리가 사는 서울은 욕망의 도시다. 그리고 서로가 가진 욕망을 채우기 위해 각자의 수건을 쥐어짜고 있다. 그렇게 욕망을 먹고 도시는 성장한다. 


더 좋은 세상은 올까?

어릴 때부터 꿈꿔오던 욕망대로 나는 서울에서 살고 있었다. 건축을 공부했고, 건설회사에서 일하고 있었다. 뾰족한 유리빌딩을 지었고, 콘크리트 정글을 만드는데 앞장섰다. 그 회색 정글을 만들기 위해, 나는 기존에 살던 사람들을 쫓아냈고, 새로운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쫓겨난 사람들은 돈을 덜 가진 사람들이었고, 새로이 초대된 사람들은 돈을 더 가진 사람들이었다. 자본의 논리, 그게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는 도시를 작동시키는 도덕이 되었다. 그렇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알 수 없는 일을 열심히도 했다.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과 참 열심히도 어울렸다. 

꿈은 조심해야 한다. 특히, 그게 무얼 뜻하는 것인지 모를 때, 그리고 그게 한 번도 가지지 못했던 욕망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여느 때와 같은 날이었다. 대충 씻은 얼굴을 내밀고 서둘러 출근 버스를 타러 나서는 길이었다. 높은 빌딩들 사이를 지나치는 사람들 속에 내가 있었다. 바삐 걸어가던 걸음은 횡단보도의 빨간불에 멈췄다. 

길 건너에는 한 아파트 공사현장의 가림막이 있었다. 시선이 멈춘 곳에는 건설회사의 비전과도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더 좋은 세상의 시작’.

그들이 말한 더 좋은 세상은 과연 오긴 하는 걸까?